[이륜차 오토바이 보험사고] 보험사로부터 면책통보를 받은 후 보험사의 통지의무 위반 해지권이 소멸되었다고 주장하여 승소한 사례
안녕하세요. 이상현 변호사입니다.
며칠 전 서울고등법원에서 기억에 남을 판결 하나를 받았습니다.
보험사가 보험수익자 측의 보험금 청구에 대해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이 해지되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으나, 보험사의 해지권이 제척기간 도과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여 승소하였습니다.
피고는 총 두 곳의 보험사였고, 그 중 피고 A 보험사에 대해서는 지난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승소했습니다.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 선고)
(다른 한 곳인 피고 B 보험사의 경우 1심에서 승소하였고 B 보험사가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으로 방어 성공)
아래에서는 A 보험사에 대한 판결내용을 소개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보험사의 보험계약 해지권이 제척기간을 준수했는지', '고지의무와 통지의무의 경합', '후행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위험 변동 사실을 고지했다면 선행 보험계약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의 쟁점이 다양하게 다투어졌습니다.
사실 이 사건에서의 승패를 갈랐던 쟁점은 해지권 제척기간의 기산점이었으나, 제가 좀 더 공을 들였던 쟁점은 '후행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위험 변동 사실을 고지했다면 선행 보험계약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였습니다. 이에 관하여는 기회가 닿는대로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망인은 생전 A 보험사의 상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그 후 배기량 약 600cc의 오토바이를 구입하면서 같은 A 보험사와 이륜차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이륜차를 운행하던 중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유가족은 A 보험사를 상대로 상해보험에서 정한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A 보험사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망인이 이륜차를 소유, 사용하였던 사실은 현저한 위험의 발생, 변동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를 통지하지 않아 통지의무를 위반했다. 따라서 우리는 보험계약을 해지한다'
결국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망인의 유가족은 A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에서의 원고 및 피고 주장
피고 A 보험사는 통지의무 위반을 들어 보험계약이 해지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상해보험 약관에 따르면, 오토바이 운전사항이 변경되면 통지해야 한다.
망인은 오토바이 구입·운행 사실을 A 보험사에 통지하지 않았다.
이는 통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했다.
해지가 유효하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는 없다.
이에 대해 저는 원고를 대리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을 주장했습니다.
가. 이륜차보험에 가입하면서 배기량 약 600cc의 오토바이를 구입 및 사용한다는 사실을 고지하였으므로 앞서 선행 상해보험계약 약관에서 통지의무로 정하고 있는 사항인 '오토바이 운전사항의 변경'에 관하여는 통지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망인은 A 보험사와 이륜차 보험계약을 새로 체결하면서,
오토바이 구입 및 사용 사실을 명확히 고지했다.
이륜차 보험계약과 상해보험계약은 같은 보험사와 체결된 계약이다.
그렇다면, 상해보험 약관상 ‘통지의무’ 역시 이미 이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
나. 해지권은 이미 소멸되었다.
원고(망인의 유가족)이 A 보험사에 제출한 손해사정서에는 망인의 이 사건 이륜차 신고내역, 이륜차 운행 중 사망한 사실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는 망인의 통지의무 위반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는 객관적 근거에 해당한다.
따라서 손해사정서에 기재된 내용을 통해 A 보험사는 망인의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더불어 망인의 통지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피고의 해지권은 원고로부터 손해사정서를 교부받아 망인의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된 때부터 행사기간이 기산한다.
결국 그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뒤에 이루어진 피고 보험사의 해지통지는 제척기간을 도과하여 행사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 A 보험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해지권 행사기간은 보험자가 보험계약의 해지원인이 존재하고 해지하고자 하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지 여부를 결정하지 아니한 상태를 지속시킴으로써 보험계약자를 불안정한 지위에 처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해지권 행사기간의 기산점은 보험자가 계약 후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있는 사실을 안 때가 아니라 보험계약자가 그와 같은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을 보험자가 알게 된 날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다23743, 23750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209999 판결 등 참조)."라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이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 보험사에 제출한 손해사정서의 내용만으로 피고 보험사가 망인의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인지하였다고 인정하였습니다.
보통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를 받은 뒤 자체 위탁 손해사정사에게 손해사정을 의뢰하여 보고서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해지권의 제척기간이 기산한다고 주장하나, 이번 판결은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을 보다 세밀하게 고려하여 사실인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무적 시사점 - 보험사로부터 면책,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보험사로부터 “보험계약 해지” 통보를 받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보험사의 해지가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는 별개 문제입니다.
해지 사유가 정말 있었는지
계약자 측에서 그 사실을 이미 고지했거나 통지했는지
해지 통보 시점이 제척기간(1개월)을 지켰는지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약관 하나, 날짜 하나, 서류 하나의 차이가 결과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험사로부터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며 면책 통보를 받았더라도, 보험사의 보험계약 해지권이 제척기간을 준수하여 적법하게 행사되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정확한 법적 검토를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치며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에서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시고 최신 대법원 판례까지 제시하며 석명준비명령을 내리시는 등 매우 세밀하게 심리해주셨고, 상대방 측 대리인께서도 매우 성실하고 치열하게 변론을 하셨을 뿐 아니라,
저 역시 1심에서 패소를 딛고 항소심에서 주장을 새롭게 구성하며 ‘이 사건을 바꿀 수 있는 쟁점은 무엇일까’ 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사건이 될 것 같습니다.
변호사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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