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발부위 기준 암보험 약관과 보험사의 설명의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약관을 꼼꼼하게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는 약관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래 글에서는 갑상선암에서 림프절로 전이된 암에 대해 보험사가 '소액암' 기준을 적용해 보험금 일부만 지급한 사례를 소개하고, 보험사의 설명의무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어떤 소비자가 2015년 보험사와 암 보험계약을 체결합니다.
약관에는 일반암(C코드)의 경우 진단 시 보험금 전액을 지급하지만, 갑상선암(C73)에 대해서는 보험금의 20%만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위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이자 보험수익자)는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고, 이윽고 림프절 전이(C77.9)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피보험자는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는 소액암 기준 보험금(20%)만을 지급했습니다.
림프절로 전이된 암이기는 하지만, 그 원발부위가 갑상선이기 때문에 갑상선암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피보험자는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약관의 내용
보험사 주장대로 약관에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기는 했습니다.
소액암 제외 조항
갑상선암(C73)은 일반암에서 제외하여 일반암 보험금의 약 20% 금액만 지급한다.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
림프절 등 다른 부위(C77~C80)에 발생한 암도, 원발부위가 갑상선이면 갑상선암으로 분류한다.
위 약관조항에 따르면, 갑상선암에서 전이된 림프절암도 일반암이 아닌 소액암으로 처리되어 일반암과 비교하여 20% 수준의 보험금만 지급받게 되는 것이죠.
보험사의 설명의무 위반
대법원은 보험사가 위 약관조항에 관하여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약관조항은 어떤 암에 대해 어떻게 보험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에 관한 보험계약의 핵심 조항이므로, 소비자가 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하거나 보험료 수준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위 약관조항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암'이면서도 소액암으로 분류되고 림프절암(C77)은 독립된 암으로 명시되며, 갑상선암에서 전이된 이차성 암이 진단된 경우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갑상선암에 대한 보장만 부여되는데, 대법원은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가 위 약관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보험사는 해당 약관조항이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 등에 제시한 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점, 금감원이 마련한 약관 개선방안을 기초로 국내 다수 보험사들이 활용하는 보험약관에 포함되어 널리 보험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점을 들면서, 보험계약자가 설명 없이도 위 약관조항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보험수익자는 림프절암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 판결 취지를 수긍하며 읽었지만,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약관 조항과 같이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보험수익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나.
림프절암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암이 일차성이냐 이차성이냐에 따라 지급받는 보험금액이 크게 차이날 수 있다는 것인데, 원발부위가 갑상선이라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일반암 또는 고액암이 아니라 소액암 기준 보험금을 지급받는다는 것이 과연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
혹시나 하여 논문을 찾아보았는데, 마침 지난 2023년 경 출간된 한 논문에서 유사한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경성대학교 박은경 교수님의 '암보험약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유의사항 "원발부위 기준"을 중심으로 -'라는 논문입니다. 박은경 교수님은 논문에서 암보험약관상 원발부위 기준을 아래와 같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KCD의 분류방법에 따라 암을 정의하는 현재의 표준약관 규정을 개정하여, 의사가 암으로 진단하면 모두 암으로 보장하되, 지급보험금을 달리하는 소액암의 종류를 열거한다.
원발부위 기준을 삭제하고, 실제 피보험자의 '최종상태'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한다.
소액암으로 진단받은 후 일반암 또는 고액암으로 전이된 경우, 앞서 지급받은 소액암진단금이 있다면 일반암진단금 또는 고액암진단금의 한도 내에서 이미 지급받은 소액암진단금액을 공제한 차액을 지급한다.
향후 위 약관과 관련하여 후속 판결이 나오면 다시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변호사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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