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 시세하락손해, 보험사 약관 기준보다 더 청구할 수 있을까
교통사고 피해자는 가해 운전자뿐 아니라 그 운전자가 가입한 책임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보험사가 내부 약관의 지급기준을 제시하더라도, 그 기준이 피해자가 청구할 수 있는 법률상 손해액을 당연히 제한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고 차량의 시세하락손해 사건에서 약관상 지급기준과 보험사의 책임한도는 구분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의 보험사 직접청구권은 가해자의 보험금청구권을 대신 행사하는 권리가 아니라 피해자가 보험사에 직접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입니다. 보험사는 보험가입금액의 한도에서는 약관상 단순 지급기준만으로 피해자의 법률상 손해액을 줄일 수 없습니다.
보험사 직접청구권이란?
교통사고나 시설물 사고처럼 다른 사람의 과실로 손해를 입었고 가해자가 책임보험에 가입했다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과 별도로 보험사에 직접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724조 제2항은 피해자가 보험금액의 한도에서 보험사에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자력이나 협조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제도입니다.
사건의 내용: 수리비 외에 차량 시세하락손해를 청구
피해자는 차량을 구입한 지 약 5개월 뒤 고속도로에서 뒤차에 추돌당했습니다.
사고로 뒤 범퍼, 트렁크와 차체 주요 부분 등이 파손됐습니다.
가해 차량의 보험사는 수리비 약 376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피해자는 수리를 마쳐도 사고 이력 때문에 차량 가치가 떨어졌다며 시세하락손해를 추가로 청구했습니다.
보험사는 자동차보험 약관상 지급기준에 따라 수리비의 일정 비율만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차량 시세하락손해란?
사고 차량은 수리를 완료해 외관과 기능을 회복하더라도 사고 이력이나 주요 골격의 손상 때문에 중고차 거래가격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격락손해 또는 시세하락손해라고 합니다.
다만 사고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차량 연식과 주행거리, 손상 부위, 수리 범위, 주요 골격의 손상 여부와 실제 시장가치 감소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보험사가 약관상 지급기준을 제시한 이유
가해자의 자동차보험 약관에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동차 시세하락손해를 수리비의 일정 비율로 계산하는 지급기준이 있었습니다.
보험사는 이 기준이 피해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라고 주장했고, 원심도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왜 다르게 판단했을까?
대법원은 해당 약관 조항이 보험사의 전체 책임한도액을 정한 것이 아니라 보험금을 계산하기 위한 ‘지급기준’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은 가해자가 보험사에 가지는 보험금청구권과 별개의 손해배상청구권입니다. 따라서 보험사는 보험계약의 전체 보험금액 한도에서는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실제 법률상 손해를 배상해야 하며, 내부 지급기준만으로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구분해야 할 두 가지
보험금액·책임한도는 보험사가 부담하는 전체 보상한도의 문제이고, 약관상 지급기준은 특정 손해를 계산하는 방법의 문제입니다. 단순 지급기준이 곧 피해자에 대한 최종 책임한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약관 기준을 넘는 금액을 항상 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피해자는 실제 시세하락손해가 약관상 지급액보다 크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보험사의 지급기준을 넘을 수 있다는 법리와 실제 손해액이 인정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차량의 연식이 오래됐거나 손상 부위가 경미하고 교환·수리가 차량 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추가 손해가 인정되지 않거나 적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직접청구권은 차량 사고에만 적용될까?
직접청구권은 자동차보험뿐 아니라 가해자가 가입한 각종 책임보험에서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영업배상책임보험, 시설소유관리자 배상책임보험과 생산물배상책임보험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보험계약의 담보 대상, 면책사유, 보험기간과 보험가입금액은 상품마다 다릅니다. 가해자의 법률상 책임이 인정되는지와 보험계약이 그 책임을 보장하는지를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사가 지급기준만 제시한다면
보험사가 인정한 전체 손해 항목과 제외한 항목을 요청합니다.
제시액이 보험가입금액의 한도인지 단순 지급기준에 따른 계산인지 구분합니다.
피해자의 실제 손해를 입증할 자료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가해자의 과실비율과 피해자 측 과실상계를 따로 검토합니다.
합의서에 추가 청구 포기 문구가 있는지 서명 전에 확인합니다.
보험사가 제시한 금액이 약관에 맞게 계산됐다는 사실과 법률상 손해가 모두 보상됐다는 사실은 같지 않습니다. 합의 전에는 산출 근거와 실제 손해를 항목별로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금 분쟁, 종결시까지, 돈받는 날까지 책임집니다.
변호사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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