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이변, 이상현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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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 피해자의 관점에서 본 검찰 개혁안

    이곳에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글은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그런 글을 쓸 여유도 없다. 다만...
    Sep 24, 2025
    사기 피해자의 관점에서 본 검찰 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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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글은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그런 글을 쓸 여유도 없다. 다만 문득문득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출퇴근 길에 걷다가, 머리를 감다가 불쑥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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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소위 '검찰개혁'으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각자의 의견이 있을 것이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결론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고소인의 관점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크게 데인 사람의 관점이 같을 수 없다. 사기 피해자들을 대리해 보았던 입장에서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모든 글에는 편향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혹시 이 글을 읽게 되신다면 그 점을 감안하시고 그래도 맘에 안 드시면 마음껏 욕하고 넘어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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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라임 사건을 보면서 사기 피해자들 간에도 속된 말로 계급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를 당해도 저렇게 크게 당하면, 그것도 부잣집이랑 엮여서 당하면 국가가 나서서 구제를 해주는구나. 정작 자잘한 사기 피해자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먹튀를 당하는데. (물론 몇십몇백이 자잘하다고 해도 누군가에겐 정말 큰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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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서 피해 규모가 수 천 세대, 1조 원대 사기 사건이라는 '모 건설 사건'의 경우 SBS에서 몇 차례 집중적으로 보도가 되었지만, 피해자들은 도무지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사기를 당하면 단순히 한 사람이 아니라 한 가정이 파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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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모 건설'의 실명을 여러 번 언급했다가 많은 글이 삭제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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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기 피해자들은 누가 뭐래도 돈 돌려받는 게 우선이다. '내가 그 돈 안 받아도 되니까 저놈 콩밥 먹는 거 보고 싶다'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니 초동수사 단계부터 범죄 피해 재산을 동결시키는 건 매우 중요하다. 운 좋게 수사기관이 재빠르게 기소전 몰수추징보전절차에 착수하면 피해자로선 한 푼이라도 더 건질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건의 비율은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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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로 기억하는데, 수백 억대 사기 사건의 어느 피해자로부터 사건을 수임했다. 당시 담당 수사관을 만나기 위해 강남의 모 경찰서 경제팀에 찾아갔는데, 수사관님은 이미 나를 만나기 전부터 화가 잔뜩 나있었다. 이런 대형 사건을 경제팀의 일개 수사관에게 맡겨놓았으니 당장 기록에 구멍 뚫어 편철하는 것부터 모조리 그의 몫이었던 것이다. '기소전 몰수보전신청을 부탁드린다'는 말을 몇 차례 반복했더니 그는 "에이씨 못해먹겠네."를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팀장이 다가와 어안이 벙벙하던 나를 달래며 배웅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로도 종종 기록에 일일이 페이지 수를 적고 있던 그 수사관의 모습이 떠오른다. 검수완박이고 뭐고 다 좋은데,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려면 그전에 최소한 기록 편철 정도는 보조할 인력은 붙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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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이 되더라도 돈을 돌려받으려면 한 세월이다. 5년 전 결혼할 때 추징보전되었던 사건, 얼마 전 검찰에 전화하니 언제 환부절차가 개시될지는 자기들도 모르겠다고 한다. 검찰이 해체되면 그 업무는 누가 맡으려나. 누군가 맡긴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좀 빨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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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검사에게 온갖 모멸감을 느낀 사람들 입장에선 검찰이 멸종되어야 할 철천지 원수겠지만, 사기 피해자들에겐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 몇 년 전 연쇄적으로 터졌던 P2P 투자 사기 사건, 각 업체 피해자들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어느 업체는 금감원의 수사의뢰로 곧바로 특수부에서 속전속결 수사가 진행된 반면, 많은 업체는 경찰의 경제팀에 배당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무소식이었다. 물론 검찰이 수사한다고 피해 금원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하루하루가 지옥 같던 피해자들은 검찰이 사기꾼을 구속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살아갈 동력을 얻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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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세월호 사건만 보더라도 대검이 세월호 특수단을 발족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지 않았나. 심지어 검찰개혁을 외쳤던 사람들까지도. 피해자들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구나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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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써놓고 보니 경찰을 폄하하는 것으로 읽힐까 걱정이 된다. 절대로 경찰을 까내리는 게 아니다. 경찰은 경찰대로 수사 여건이 열악하니 수사권을 쥐여주려면 제대로 지원을 해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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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을 싸고돌 이유도 없다. 언젠가는 제도가 자리를 잡을지 모르지만 그 공백 기간 동안 암장 부실수사로 인해 피해자가 입을 불이익을 최소화할 고민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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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보이스피싱만 보아도 총책은 엄두도 못 내고 만만한 현금 수거책만 잡아 족치는 게 현실이다. 보이스피싱이 로맨스스캠에 코인사기에.. 이런 열악한 여건에서 그나마 있던 검찰까지 없애고 나면 피해자들에겐 대체 어떤 일이 닥칠까. 분명 안 좋은 일이 닥치기는 하겠지만,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알려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여론을 주도하는 이들, 주류 매체의 주목을 받는 이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공간에서 사기 피해자들은 사실상 투명인간 취급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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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인 민주당이야말로 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줄 거라고 믿었는데, 검찰에 대한 원한에 눈이 멀어 결과적으로 사기 피해자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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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검찰에 대한 원한과 혐오 감정이 극단에 뻗친 이들에게 검찰의 공과 과를 가려서 보라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다. 마치 광주시민들에게 전두환의 공과를 따져보라고 말하는 격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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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검찰도 없어지고 배임죄도 없어지고, 사인 간 돈 문제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는데 집행은 안되고. 재산범죄 피해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답답한 현실이다. 여기에 두서없는 글을 써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사기 피해자들 입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해두고 싶어서 남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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